레드코코넛 0 363


그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온 몸이 지리리한 느낌에 싸여, 두 다리 조차 움직일 힘도 없건만, 그는 학교 가는 아이들처럼, 밥 먹기 무섭게, 책가방 챙기는 순서를 잘도 따라 한다. 문밖으로 들리는 흥얼대는 노랫소리......섹스는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지론. 맨 처음에는, 나도 그의 요구에 휘말리면서도, 그걸 도리어 화두로 삼는다면, 그로 인해 두 사람의 흥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소리가 간간히 끊어지고, 다시금 두어 번 이어지는 물줄기…….나는 그와의 섹스가 끝나고, 결벽증은 아니더라도, 그가 목욕에 가깝도록 씻어내는 과정 때문에, 화가 난 적이 많았다. 나와 살이 섞일 때에는, 그다지도 맛난 알사탕 빨아먹듯이, 혹은 추운 손가락이 시려와, 급하게 끼워대는 장갑처럼, 나의 온몸 구석구석까지 침범하기에 여념이 없던 그가, 섹스가 끝나고 나면, 송충이 걷어 내듯이, 몸뚱아리를 열심으로 닦아내는 그 까끌스런 정갈함 때문에 불편했던 심사 였기에…… 















‘경혜야, 넌 안 씻을래?’ 















그가 욕실에서 나오며,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눈꺼풀이 무거워,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싫다는 고갯짓 만을 내저었다. 















‘그렇게 하고 그냥 집에 가려구?’ 















‘응, 오늘은 어째 꼼짝하기가 싫어서….’ 















‘그럼 나 옷 입는다? 앞으로 나, 좀 바빠질 거야…….모르긴 몰라도…….’ 















‘알았다구…., 알았다니깐……. 오늘은 그냥 가. 같이 밥 먹기도 귀찮아…..나중에….. 내가 전화 할께…..아니다, 관 두자…. 전화는 무슨………’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자와 섹스를 한 이후에 다시 어울리기에는 껄끄러웠고, 무언가 몰라도, 그렇게 일을 치르고 나면,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따로따로 방을 빠져 나가거나, 대개는 카운터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작별 인사를 하든가, 뒤켠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 이라고들 했다. 예전 같으면, 그런 은밀한 얘기들은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편한 자리라 할지라도, 입에 오르는 법이 없었어도, 요즈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그저 만나서 그렇고 그런, 섹스의 과정을 지나치는 것뿐 인데도, 그들과의 대화 속에는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듯한 새로움을 주제로 삼았고, 추호의 부끄러움이나 계면쩍음, 그런 것이 없었다.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상대방을, 섹스에 환장한 년이라고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이미 잊어 먹은 지 오래고, 나 자신의 섹스와 은근히 견주어 가면서, 차이점을 곱씹기도 하는 여유까지 이제는 부리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같은 여자들을 가리켜 바람난 년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떠오르는, 온갖 음란한 사진의 주인공으로 회자되는 우리 같은 부류. 남친의 요구대로, 가랭이를 있는 힘껏 벌려주고, 절대 얼굴이나 주변 환경, 혹시라도 알아볼 수 있는 액세서리, 심지어는 구두까지도 알아볼 수 없게 지운 후에야, 안심하는 그런 여자들…… 그러나, 우리끼리 있을 때면, 그 행위의 부도덕함을 지적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화제로 접근해 들어간다. 















‘얘, 너, 그 사진,…… 멋있드라?’ 















‘뭐?’ 















‘전에 네가 그 사람이 사준, 그 요상한 섹시 웨어 입고 찍었다던, 그 사진 말이야, 싸이트에서 리플 떼밀려 들고, 장난이 아니던데?’ 















‘그거 찍느라 평소에 빠지지도 않는 반지, 비누칠 해가며, 뽑느라 진땀 뺀 거 아니? 목걸이나, 팔찌 같은 거야, 벗으면 그만인데, 그 반지는 쫌 그렇드라 얘, 뭐 자랑할 거 있냐고 애걸복걸 했는데, 그예 올린 모양이네. 언젠가 손가락의 반지를 그 잘난 솜씨로, 뭉뚱그려 지운 후에 올렸더니, 악플이 무작시리 올라왔다면서, 하도 쫀쫀하게 굴길래, 이번에는 인심 쫌 썼지 뭐……’ 















그러나, 나는 내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용기가 없어서, 아직까지 다구치고 있는 남친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그 친구의 코를 한방에 납작하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평소, 자랑도 끓어 엎어지고, 무슨 왕대포 만하다는 남친의 물건 광고에, 침이 튀든가 말든가, 넋을 빼놓는 그녀 였지만, 정작 나처럼 아무 말 없이, 물적 증거로 환호성을 앗아가게 하는 경우는, 별로 드물었기에 하는 말이다. 















‘어머, 정말 보기 좋드라. 살다 살다, 나 그렇게 울퉁불퉁, 자연산이고, 인테리어도 안한 물건이 그다지도 튼실한 건 첨 봤다 얘. 보다가 아랫도리가 찌질 대서 얼마나 혼났다구! 언제 우리……. 물물교환 한번 안 할래?’ 















‘얘는? 먹다 먹다 싫증나면 몰라도, 아직 입안에서 잘 놀고 있는 장난감인데, 그럴 수야….일 없어 얘. 같이 한번 모여서, 통성명 없이, 여럿이 뒤섞여 즐길 거면 몰라도…..’ 















나는 그런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런 자리에 가기만 하면, 의례, 같이 온 상대 파트너와 쪼갈라 지기까지 하면서, 나와 한번 접붙으려고 사족을 못쓰는, 남친들 꼴을 자주 보아왔기에, 내심 떠보자는 의미에서, 미끼를 한번 던져 본 것이었다. 















‘아니, 뭐 그럴 것 까지야…..?…..’ 















나는 속으로 실컷 웃고 있었다. 나같이 씹구녕을 있는 대로 내두르는 걸레들 사이에서, 뭐 자랑할 건덕지도 없는 주제비에, 그렇고 그런 사이끼리 인데도, 서로 누가 잘났네, 못났네 하면서, 치고 박는 꼴은 영, 밥맛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남친 에게 끔찍하던 내가, 오늘은 이리도 파곤죽이 되어, 그가 돌아서서 안뇽 하며, 문을 열고 나가는 것조차 보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섹스 후에 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맨 처음에는 우리도 보통의 여느 부류들처럼 서로 나 몰라라, 이 좁은 서울 하늘 아래, 누가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싶어, 시치미 뻑 따고, 서로 서로, 갈길 따라 헤어지기 바빴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져 있는 것이 사실 이었다. 그나 나나, 제일 즐거운 뒤풀이는 역시 섹스 후의 식사였다. 서로 빙글빙글 웃어가며, 샤워로 아직 덜 마른 상대편의 축축한 머리 결을 바라 보면서, 방금 전에 우리가 그렇고 그렇게, 좇나 해댔지 라는 상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 있는 드라마의 재방송 이었다. 















‘경혜야, 기운 빠졌을 텐데, 많이 먹으렴!.... 푸, 하하하하!’ 















‘윤수씨도 많이 먹어, 그렇게나 다리가 풀려서야, 브레이큰지, 엑셀인지도 구분 못하고 차 몰고 어딘들 갈 수 있겠나? 호호호호……’ 















‘경혜야, 제발 손 좀 떨지마….. 손 떨리면 내가 좀 잡아주리? 팔이 그렇게도 무거버?’ 















‘윤수씨, 발음 좀 똑똑히 해! 그건 혀가 짧아서가 아니고, 하도 혀를 써 재껴서, 혀 밑이 땅겨 그런 거라구. 내용이 영, 구라 같이 들린다니깐!, 내가 오라메디 쫌 발라주까?’ 















서로를 놀려 대면서 이어 나가는 주절거림 속에서, 일면이나마 위축되었던 심정과 죄책감 같은 것들을, 쓸어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와의 만남에서 수치심과 죄책감을 떨어내는 숙제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그가 나의 첫 상대였기는 해도, 나는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걸려도 정통으로 걸린 꼴이라는 것을 들은 것은, 그의 입을 통해서였다. 다들 그렇겠지만, 숨길 구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여자들은, 남자들을 만날 때, 이중성을 반드시 내포하는 걸, 많이 보아왔다. 한쪽은, 지금의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다시는 이런 실수 저지르지 않겠다고 부르르 떠는 측면과 다른 하나는, 상대 남마저도 그 저돌적이고, 끝을 알 수 없는 까발림과 지저분함을 마다 않는, 섹스의 격렬함을 드러내며, 언제까지고 이렇게 쑤셔달라고 빌어대는, 저자세의 측면이, 그것 이었다. 이 두 가지 가면은, 언제나 같은 근본을 띄고 있다는 것을 선수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나중에 나를 실컷 놀려대던 그가 밉기도 했지만, 사실은 사실 이었다. 그의 이끌림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 두 차례, 못 이기듯이 나갔다가, 발을 끊었을 수도 있었다. 그는 그런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장소에 있어서도, 신분의 보호가 정말 철통 같을 것처럼 보이는 모텔을, 그는 벌써 파악하고 있었고, 평소에는 꿈도 못 꾸어보는 그런 통렬한 자세의 섹스를, 다채롭게 선 보이면서, 과연 그런 상황에서도 오르가즘이 가능할 수 있구나 하는 탄성을 토해내게 하는 바람에, 솔직히 말하자면, 그보다 내가 먼저 수치심을 내던져 버리고, 그와의 섹스에 매달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섹스 없이 살 수는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정작 섹스를 잊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르가즘이 전신을 덮쳐 올 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몸이 붕붕 뜨는 것 같이, 나 자신을 쾌감의 수갑에 결박시키는 그 과정 속에서조차, 그를 만나길 잘했다는 심정과 또다시 이런 느낌을 잊지 못해, 이 모든 과정을 그리워하게 될, 나 자신을 나무라는, 이율배반적인 선택의 기로에 마주침을 늘상 본다. 평소 거울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거울을 쳐다 보다가 스스로 울게 될 때도 많았다. 우울증이나 심약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다지도 변해버린, 겉으로야 보통의 평범한 여자처럼 보여도, 속에 감추어진 섹스에 대한 갈증이 끊이지 않는, 나 자신이, 거울 속에서 나를 신기한 물건 대하듯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단추만 누르면 재깍 성욕이 물밀듯이 넘쳐날 것 같은 그런 여자는 더더욱 아니다. 준비도 필요하고, 감성적인 수위의 조절은 필수였으며, 언제나 나 자신의 타당성과 섹스를 하게 되는 명분에도 신경을 쓰는, 여러 가지 나만의 번잡스러움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같은 여자들을 가리켜 옆구리만 쿡 찔러도 물이 줄줄 새는 년들이라고 입들을 모으겠지만, 실제 그런 여자들은 없다. 우리 같은 부류들에게 있어서 섹스는 비타민 같은 모티브를, 언제나 삶 속에 제공하기에, 철학적인 견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주체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는 나의 복잡한 생각을 잘 알고 있기는 했다. 술이나, 혹은 약에 취해, 몸을 던진 상황이라면, 이러고 저러고 가릴 상황은 아니겠지만, 멀쩡한 사고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살을 섞으려고, 마음과 몸의 준비를 한다는 현실은, 웬만한 연습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쉽사리 터득되는 것이 아님을, 그는 꼭 짚고 넘어가 주었다. 















‘경혜야, 니 얼굴, 너무 심각하다….. 우리 그렇게 부담되면, 만나지 말자.’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니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뭘! 저는 지금 마음이 무거워요.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 스럽습니다…..’ 















‘그래?’ 















‘우리 두 사람, 같이 있는 시간 이외에, 서로의 삶에 발 담그는 일 없기로 했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 















‘그럼……….이렇게 뻔질나게 만나면서 섹스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냥 좋아서지…. 밝힌다고 보기에는 우리 두 사람 다, 절제의 묘미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고……집착이나 스토커 기질도 없는 편이니, 서로가 불시에 전번 뜰 까봐, 시도 때도 없이, 핸폰 쥐고, 오만상 신경 써야 할 필요도 그렇고……별거 없잖아? 그냥 섹스가 좋은 거지. 의미를 두기에도 뭐……’ 















‘우리….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글쎄…..사탕을 입에 물고 있을 때, 정작 그런 생각하면 곤란하지. 난 그래…..우린 그저…. 같이 찜질 방에 가 봤거나, 같이 런닝머신을 뛰었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거 같은데……그것에 꼭 뭐, 큰 의미를 둔다는 게, 쫌 그렇네….’ 















그는 섹스를 좋아하는 남자 치고는, 나와의 대화에 있어서 편안한 감정을 유도하는 것에, 탁월한 기술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음란하게 대한 다거나, 과격한 완력으로, 남성적 우월감을 표현하는 일도, 섹스 상황하에서의 기득권 주도를 강요하는 일도 없었을 뿐더러, 그가 나에게 해주었던 가장 좋았던 부분을 예로 들라면, 언제나 내가 상승 곡선을 타는 흥분의 수위에 적절히, 그 자신을 맞추었다고 하는 점일 것이다. 격렬한 행위를 원할 때는, 그 보다 다이나믹 하게, 보지를 쑤시는 예를, 친구 들로부터도 들어보질 못했고, 타락녀 처럼 취급 받고 싶을 때는, 그처럼 가혹하게 짓밟는 행동도 들은 바 없었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본다면, 내가 침울해 할 때나, 섹스의 시동을 거는 것에 있어서, 거추장스러우리만큼,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꽉 메우고 있을 때, 그처럼 말끔히 생각을 정리해 주는 것도 역시 들은 바 없었다. 그러한 노력과 횟수를 거듭하는 격한 섹스의 교환이 이어질수록, 나에게 나이테처럼 남아 있던 죄책감과 수치심은 점차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고, 섹스를 부담스럽게 여기던 나의 설정을, 아주 가볍게 공중에 띄울 수 있는 상황까지도 맞이할 수 있었다. 그가 언제나 내세우던 풍선과 어린아이의 비유….. 그런 것이었다. 풍선을 손에 쥐고, 마음껏 즐거워하는 어린아이가 풍선의 가벼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손에서 놓쳐 버린다고 할지라도, 날아가는 풍선을 바라보며, 그저 손에 쥐고 있었던 그 동안의 즐거움을 기꺼이 되돌아 본다는 그의 비유는, 나의 심정을 크게 뒤흔들기도 했다. 그는 그런 섹스가 가장 좋다고 했다. 기어이 날아가지 못하게 손목에 꽁꽁 묶고, 하루 종일을 돌아다니다, 집에 오고 나면, 언젠가 그 풍선은 바람이 빠지고 쭈글거려, 놀이공원에서 만끽하던 그 들뜬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기어이 바늘로 터뜨려 버리거나, 쓰레기통에 쳐 박히는 그런 풍선의 운명은 선택하지 말자는 그의 의지……그의 섹스에 대한 정의는 바로 손에 든 풍선처럼, 놓치기 아까운 그 감정으로 이어가는 세레나데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의 그런, 편한 가정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와의 섹스에 있어서 수위를 벗어나는 일들은 정말 많았다. 나의 의사를 존중하기는 했어도, 그의 돌출적인 행동과 이벤트들은 자주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허다했기에…... 















‘섹스란 건 말이야…..’ 















‘왜, 윤수씨….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오늘 내가 별로 였나?’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는 와중에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적이 있다. 















‘뭐랄까? 음.. 그러니까 자동차 같다고나 할까?’ 















‘자동차?’ 















‘그래, 자동차…..사람 심리가 그렇잖아? 맨 처음 탈 때나, 몰아볼 때는, 그저 자동차에 올라타는 순간이 즐겁기만 했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 보다 새로운 스타일, 더 고급스런 분위기를 찾아서 애를 쓰게 되지. 택시도 그렇잖아? 난 그렇다. 같은 택신데, 구지 시간에 구애 받을 일 없으면, 헌 차 타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는 거…..경혜, 너도 그럴걸?’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그는 비유를 좋아했다. 내가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그 고소한 내면의 의미를 알아차릴 때 즈음에, 언제나 넌지시 들이대는 그 히든 카드들을, 나 또한 곧바로 거부하지는 못했다고 기억된다. 오늘처럼 이렇게 둘이서만 즐기는 섹스가, 그에게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위기감을 불러왔는지는 몰라도, 그 얘기를 꺼내던 날, 그는 별스런 옵션을 나에게 걸어대기 시작했고……오늘처럼 두 사람이 오붓하게 즐기는 섹스가, 이제는 가끔씩 맛보는 평화로움 이라고 한다면, 그간에 있어온 그의 제안들과 이벤트들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타락적 섹스의 코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의 첫 시도는 관전이었다. 그와 같이 로맨틱한 키스와 함께, 부드러운 애무가 이어지고 있을 즈음에, 결코 열릴 수 없다고 믿었던 방문이 열리면서 들어선 생면부지의 남자…..윤수씨는 나에게 안대를 하자고 부탁했다. 멋모르고 착용한 안대 속에서 뒹굴 거리는 나의 안구는, 깜깜한 안대의 어두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휘번덕 대고 있었지만, 결코 그 안대를 벗지도 못했다는 것은, 지금도 이해가 가질 않는 일이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그 수치심이 되살아 나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이용하여, 섹스를 이끌어가는 것이, 더 큰 발광적 흥분을 유도해 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날, 그와의 섹스가 끝날 때까지, 그 남자는 손끝 하나도, 내 몸에 대질 않았지만, 나의 가슴속에서는 수 천만번, 그 남자의 앞에서 발가벗기어져, 좇질을 당하는 상상 속에서, 중심을 잃었었다. 그 남자의 이글거리는 시선 속에 노출된, 나와 그의 섹스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고, 언제라도 그 불청객 같은 남자가 덮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나 홀로 절벽 끝에 서 있는 느낌 이었으며, 그런 절망감이, 나의 몸을 쾌감으로 덜덜 떨리게 연결하고 있는지는, 그 때서야 처음 알 수 있었다. 섹스가 끝나고 안대를 벗은 뒤, 주위를 둘러 보아도, 그때까지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꿈만 같았다. 언제나 보다 징한 섹스를 위해서는, 자기가 하라는 대로, 따라오라는 말만 하던 그를, 믿질 못하기는 했어도, 그 이외에 어떤 누구의 텃취도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머릿속이 불덩어리 처럼, 곤죽이 되어, 섹스에 빠진 적이 없었기에, 그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고…..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그 날의 섹스는, 엄청난 화상을 나의 오르가즘 속에 남기고 불이 꺼졌지만, 나는 또다시 그와의 섹스를 연상하면서, 보다 자극적인 이벤트를 기대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었다. 관전은 그로부터 쭉 얼마간을 이어져 왔다. 언제나 처럼, 그는 안대를 씌우기 전에, 새로이 들어선 남자의 존재를 나의 망막 속에 각인 시켰다. 매번 다른 사람이, 나의 전신을 샅샅이 훑어 내린다는 느낌…. 아마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섹스의 상대는 분명, 변함없이 그 사람이었으되, 내 머릿속은 이제까지 우리들의 섹스를 보고 사라진, 그 수 많은, 낯 모를 남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는 느낌이 충만했고, 그로 인해, 나는 흡사, 그 많은 남자들의 둘러선, 끔찍하게 발기되어 조준된 성기들에 의해, 내 스스로가 추앙 받고 있다는, 웃지 못할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경혜야, 이것 쫌 봐봐.’ 















그가 가리킨 것은 그가 밥 먹듯이 들어간다는 싸이트…. 자세히 보아도 어떤 자세로 교접이 되어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교묘히 뒤틀어져 삽입된 모습인데, 그 여인의 살결이, 그 엉덩이의 곡선이 어디선가 눈에 익었다. 















‘저건….. 나 아냐? 윤수씨, 제정신 이야? 어쩌려고 그래?’ 















‘괜찮아, 관전한 어떤 사람이, 자기 애인인 것처럼 올렸는데, 자기 얼굴은 이미, 반은 안대가 덮고 있어서, 알 수도 없으려니와,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는 반지네, 자기 보지 옆에 있는 검은 점 같은 것들은, 이미 처리해서 지웠다니까! 이름 하야,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라 이거지…..리플 좀 볼래? 장난이 아니네…..’ 















‘미쳤구나, 기어이….’ 















나는 안대로 가려진 채로 섹스를 하는 도중,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분함과 모욕감을 털어내기도 전에, 솔직히 고백하지만, 두 서너 페이지를 넘어서는 리플의 내용 때문에, 화를 냈던 내 스스로를 미안하게 생각했다면, 믿을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찬사, 감동, 감탄……..나는 그 당시, 우쭐했던 기억조차 새롭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자기가 그것을 찍느라 정말 고생했다고는 했지만,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그 구도 자체가, 본인이 스스로 찍을 수 없는 각도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고, 누군가 분명히 관전하며, 돕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사진이라는 평을 곁들인 것도 눈에 띄었다. 















‘경혜야, 오로지 내 손에 의해서만 만져지는 네 몸매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더 끝내주는 거 있지?’ 















나는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때만큼 그와의 만남이 흐뭇했던 적은 없었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그의 집요한 갈아타기는 계속 이어졌다. 보다 안락하고, 고급스런 섹스로의 갈아타기는, 도대체 섹스로 느낄 수 있는 오르가즘과 흥분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 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 관전이라는 흥분요소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그는 드디어 안대를 권유하질 않는, 새로운 장막으로 나를 들이 밀고야 만다. 그의 키스가 시작되고, 문소리가 이어져, 나는 또다시 온몸에 땀이 확 솟으면서, 그 관전이라는 상황과 설정 속으로 빠르게 젖어 들어갔음에도, 그가 안대를 권유할 자세를 나타내질 않아, 나를 당황하게 하고 있었고….. 















‘윤수씨, 안대는?’ 















‘오늘부터는 안대가 필요 없다고 봐…. 이 정도면…..’ 















그 날, 나는 처음으로, 그의 좇이 뒤에서 내 보지를 부셔져라 박아대는 도중, 정신을 잃고 기절하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열려 있는 나의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안대가 없이,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한 채, 이제까지 상상 속에서만 보아오던, 관전하는 남자들의 행태를, 섹스가 이어지는 와중에, 직접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 이었다. 침대의 주위로, 보다 삽입된 모습이 잘 보이는 각도로, 몸을 이리저리 재빠르게 움직이는가 하면, 옷을 벗지는 않았어도, 발기된 좇대의 지근거림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려는 것처럼, 옷 위로 주물러 대는 음란한 광경까지,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나의 시선이 윤수씨에게 향해 있을 겨를도 없이, 온통 그 남자를 훔쳐보고, 힐끔거리고….. 이제까지 느껴오던, 혹시라도 나에게 덮쳐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가셨다 해도, 섹스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의 모든 광경이, 그에게 전달되고, 나의 감정이 역력히 살아 있는 표정과 시선이 그 남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느낌은, 보다 색다른 충격이자, 경험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절하게 된 주된 요인은, 윤수씨가 나의 골반을 틀어쥐고, 옴짝달싹 할 수도 없게, 엉덩이가 벌겋게 철썩 대도록, 좇대를 내 뒤에서 박아대는, 그 자세에서, 떨군 고개 사이로, 그 남자를 훔쳐 보던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 이었다. 내 머리 속이 와글 대면서, 오르가즘이, 질질대는 내 보지와 둔덕, 히프를 둘러 싸고 와류를 형성하기 시작할 무렵, 조용히 자세를 유지하던 그 남자가 벌떡 일어나면서, 바지를 벗어버린 상황이 이어졌다. 그는 윤수씨 보다 더 기괴하고, 건들대는 모양새로 좇대를 한 손에 틀어 쥐고, 입을 조금 벌린 채로 펌핑이 고조되는 시점에, 점점 침대 쪽으로, 바지를 다 벗지도 못한 우스꽝스런 자세로, 한발, 한발, 우리 곁으로 다가섰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 남자의 좇대에 시선이 박혀 버렸다. 두 손으로 감싸 쥐어도 남을 것 같은 그 모습에서, 나는 지금 내 보지를 장쾌하게 꿰뚫고 있는 것이 그 좇대 라는 미묘한 착각 속에 빠져들어 갔다. 그와 동시에, 섹스의 상대는 반드시 윤수씨 이어야 한다는 소속감을 상실하면서, 그 어떤 좇대 라도, 내 보지 속으로 밀고 들어올 수 있다면, 기꺼이 벌려 줄 수 있다는, 되도 않는 의지가 발현되는 순간, 온 몸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격심한 통증이 흘러 넘쳤다. 의식을 되 찾고 생각해 보니, 그것은 통증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정도를 크게 상회하는 오르가즘의 여파였고….. 















‘경혜야.. 정신 좀 차려봐…..너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 하드만! 이제 좀 정신이 들어?’ 















나는 침대 시트가 축축해 진 것을 히프로 느끼고는 있었지만, 꼼짝 할 수가 없었다. 팔과 뺨도 척척하고 무언가 흘러 내리는 느낌 이었지만, 팔을 들어 만져 볼, 여력조차 없었기에…. 















‘어떻게…. 된 거야? 나 기절 했던 거야?......’ 















‘음….. 대단했네, 이 양반아!… 내가 좀 닦아줄게…..’ 















그가 휴지를 뽑아, 나의 팔과 뺨을 닦아 준다. 















‘그 사람, 많이도 지려놨네……’ 















‘뭘?’ 















‘음. 자기, 기절하기 직전에, 눈 돌아가면서, 몸통이 베베 꼬이는 걸 보더니만, 자기 옆에서 그만 사정해 버렸지 뭐야? 그래서 자기 팔이랑, 뺨에 좇물이 튀었는데, 아니, 살다 살다, 좇물을 오줌처럼 그렇게나 많이도 지리는 인간은, 처음 봤네 그랴.’ 















이미 곁에 보이질 않는 그 남자였지만, 정신이 돌아온 내 눈 앞에는, 아직까지 그 흉측한 모습이 덜렁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만 했었다. 















‘경혜야, 이제 일어나서 씻어야지, 안되겠어.. 얼릉!’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는데 보니, 침대가 온통 물자욱 이었다. 















‘내가 오줌을?’ 















‘그래요! 딸꾹질 같이 꺽꺽 대면서, 숨도 잘 못 쉬는 와중에, 저렇게나 많이 오줌을 지려 놨다니깐! 똥싸지 않은 게 천우신조네 그랴. 기억 않나? 대단 헐세…..’ 















그건 일종의 복합적 의미의 외도를 경험했다고 나는 믿어왔다. 상대가 허락하는 상황하에서 나의 뇌리 속에 깊이 박혀버린 또 다른 불륜의 시도… 점점 나와 그 사람간의 섹스는, 행위와 쾌락의 구현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며, 그토록 이나, 그때까지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상념의 거추장스러움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깊은 수렁에 한없이 빠져 들어갈수록, 발을 빼기는커녕, 죽음이 가까워 있음을 찬미하는, 자살 예찬론자들의 의도적인 몸짓처럼,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당시 윤수씨가 제공하고 있던 이벤트의 괴팍스러움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을 크게 열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그는 정반합의 원리에 입각한 듯이, 차례로,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흥분의 에스컬레이터에 나를 보기 좋게 안착 시켰다. 나 스스로 쾌감에 기꺼워 하고, 그것을 쫓아 몸을 불사르고, 열어갈 줄 아는 대담성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간 그의 공로…….점차, 다른 남자들의 이글거리는 욕구가 개입되면 될수록, 그와의 사이가 멀어진다기 보다는, 그를 향한 신뢰가 폭증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 이었다. 자기 혼자 좋자고 벌리는 사물놀이가 아니라, 나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섹스가, 결코 한 곳에 머물러 썩은 물이 되게 할 수 없다는 의지를, 그런 식으로 나에게 대변하고 있는 지경 이었고, 나 또한 그것이 싫지 않았기에, 윤수씨에 대한 나의 감정은 처음과 다르게 조금 변해 있고, 윤색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번처럼 또 기절하면, 때려줄 거야!’ 















그가 나를 노려 보며, 앙증맞게 주먹을 내 둘렀다. 그러나, 나의 기절은 이미 예정된 상황처럼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 일이 있고부터, 그는 다른 각도에서 섹스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올 거야…. 함께 섹스는 어렵다고 했고, 몸에 사정 정도는 무난하지만, 구강 사정이나, 성기 주위의 사정은 금물, 성기를 자기 몸에 비벼대는 등의 행동도 금물….. 또 뭐더라?’ 















‘뭐가 그렇게 조건이 많아?’ 















‘아! 맞다. 이번엔 당신 몸을 쓰다듬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했어…. 자긴 어때?’ 















‘그건 쫌…….’ 















‘괜찮아, 내가 있는데 뭐…… 손도 깨끗이 씻으라고 하고, 손톱 검사도 내가 할께. 그리고, 절대 우리가 하고 있는 도중에 씹구녕 이나 항문 주위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지 뭐……’ 















정말 제정신으로 그 당시,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어 본다면, 미쳐도 단단히 미친년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든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상태의 섹스를 겪고 난 후에는, 그나마 그런 선과 제제조건 들이 대화를 통해 그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등골이 오싹할 때도 많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 이었다. 그가 언제나 해오던 이벤트의 특징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우리의 음란한 섹스현장을 거쳐 갔음에도, 더 이상, 추근대거나 우리의 관계를 방해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각별히 선별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설사 길거리에서 마주 치더라도 절대 아는 체 해서는 안 된다는 덧붙임까지, 그 남자들로부터 다짐 받았다는 사실도, 새로운 의미로 나에게는 받아들여 졌었다. 그 수위가 깊어진다고 해도, 나와의 관계가 궁극적으로, 가장 소중하다는 무언의 표현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의 조건을 들어 주기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평소처럼 방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오고, 간단한 목례도 없이, 침대 위에서 나체로 엉켜 있는, 나와 그를 향해, 천천히 옷을 벗어가던 두 남자……옷을 벗고, 나와 그의 애무가 진행되는 동안, 그 두 남자는 침대 옆에 양쪽으로 의자를 가져다 놓고, 슬슬 좇대를 주무르면서, 뚫어져라 우리의 섹스를 의자에 앉아 감상했다. 내가 자리에 누워 가랭이를 벌리고, 입을 벌린 채로 헐떡이면서, 그의 혓바닥 세례를, 보지 전체로 느끼는 도중에, 앉아 있던 두 남자가 일어나 침대 양쪽에 내 얼굴이 있는 위치 즈음에 붙어 서게 된다. 나는 윤수씨의 머리를 내 보지 속으로 꾹꾹 눌러대면서 머리를 양 손으로 붙들고 있었는데, 평소 같으면, 윤수씨가 내 보지를 빨며, 혀를 놀려 공알을 공구르는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내 스스로 흥분의 흐름을 저울질 했던 반면, 이번에는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그의 머리를 붙들고 있는 내 손끝이 떨려 오고 있는 것을 그는 알아채고 있었을 것이다. 올려다 본 양쪽에는, 나를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면서, 마음껏 발기된 좇대를 쓰다듬으며 그 두 남자가 나를 음탕한 시선으로 핥고 있었으며, 내 얼굴 양쪽에서 휘청대는 그 두 좇대로 인해, 나 스스로도 정신이 나가고 있었으니까. 하늘을 향한 좇대와 아래로 축 늘어져, 좇대를 쓰다듬을 때마다 출렁이는 불알의 그네 짓이, 눈 안에 가득 차서, 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윤수씨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그 한계를 교묘히 이용해서, 내가 이성을 조절할 수 없을 지경까지 몰고 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절대로 나의 피부나 어느 살점 한 곳에도, 좇대를 비벼대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양쪽에서 침대위로 올라와, 무릎을 꿇은 자세로, 내 인중을 사이에 두고 비강을 막을 듯, 바로 앞에서 좇대를 느물댔으니, 한번 상상해 보라! 코 안으로 그 두 사람의 좇냄새가 껄떡대며 치밀어 들어오고, 그 불뚝 선 핏줄조차 선명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섹스의 상대가 동시적으로 본인의 보지를 혀로 동강내고 있다면, 어느 여자가 이성을 지켜가며,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를……그러나, 그 안에는 윤수씨의 배려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거머쥔 내 두 손을, 그가 지그시, 자기의 손바닥으로 눌러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저 입만 벌리지 말고, 그 좇들을 빨아봐야겠다는 욕구를 자제할 필요성만 집중하면 되게끔 해주었다. 그 와중에 윤수씨는 나의 자세를 변환시켰다. 나를 뒷치기 자세로 바꾼 뒤에, 엉덩이를 난짝 뒤로 까지게, 두 가랭이를 벌려 버렸다. 나는 고개를 파묻은 채로, 등짝을 휘게 해가며, 엉덩이가 허공을 향해 쩍 벌어질 수 있도록, 히프를 까 재꼈다. 내 얼굴 위로 좇대를 흔들던 그 두 남자는, 내 양쪽 얼굴 부분쯤에 있다가, 나의 하체 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고……윤수씨는 두 다리를 바짝 붙인 채로 내 보지에 그의 좇대를 쑤욱 하고 들이 밀었다. 이어서 쥐어 짜듯이 거머쥐어지는 그의 뜨끈한 손바닥의 감촉….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는 손아귀에 잡힌 살이 손잡이라도 되는 냥, 벗어나기가 무섭게 자기 쪽으로, 미끈 거리는 내 보지를 냉큼 잡아당기며, 보지 저 끝까지 좇을 박아 넣는다. 그런데, 순간, 나의 히프와 등짝에 생각보다 많은 손바닥이 쓸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 졌다.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내가 고개를 틀어, 옆을 보는 순간, 나는 호흡이 멎는 것만 같았다. 이미 양쪽에 무릎으로 지탱하며, 좇을 붙들고 있던, 그 두 남자가 바짝 나의 허리 주변에 들러 붙어 있었고, 잔뜩 발기된 그들의 좇은 자연스럽게, 말릴 사이도 없이 내 양쪽 옆구리를 찔러대고 있었으며, 그들의 한 팔은 나의 엉덩이 양쪽으로 내려 뜨려져, 윤수씨의 허락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 둔부를 철썩 대며, 좇질을 해대고 있는 그의 부닥뜨림과 맞물려, 온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것이었다. 온 하체를 징글징글하게 넘나드는 그들의 손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 보지를 마음 놓고 쑤셔대고 있는 윤수씨….과연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있는지, 누가 누구의 머릿속에서 진정한 섹스를 하고 있는지, 네 사람은 종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는 이미 세 사람의 남자에게 돌려가며, 윤간을 당하는 느낌에 휩싸여 있었고, 아마도 윤수씨는 자신의 여자가, 두 남자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음탕하게 희롱 당하는 스릴과 쾌감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손이 하나가 아니고, 두 개로 늘어 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지만, 윤수씨에게 말할 수는 없었으며, 나의 양쪽 옆구리에서 허리를 움직여, 좇을 꺼덕 대며, 흡사 천장에 대고 좇질을 하는 형태로 그나마 닿을 수 있는 나의 옆구리 살에 의지해서, 각자의 좇대가리에 쾌락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들의 양손 중에 한 손은 출렁거리고 있는 엉덩이에, 한 손은 분명히 윤수씨의 시선을 숨어가며, 내 양쪽 갈비뼈를 타고 젖을 붙들기 위해 슬그머니 윗쪽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이었고……나는 안돼, 안돼 라며, 입 속에서만 뱅뱅 도는 신음을 흘리다, 흘리다, 기어이 양쪽 젖을 그들의 손아귀에 잡아 채이면서 눈알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느낌은 보지를 타고 그 두 사람에게 떼씹을 당한다손 치더라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기막힌 짓밟힘의 쾌감이었다. 도저히 말려 줄 것 같지 않는 윤수씨의 눈을 피해, 내 젖을 기어이 쥐어 버린, 그 두 사람의 음흉한 마음을, 곧바로 손가락 끝을 통해, 젖꼭지로 전달 받는 순간, 나의 온몸은 꽈배기처럼 비틀리면서, 나는 버릇처럼 또다시 정신을 놓고 말았다. 바로 그 섹스가 오늘의 한가한 둘 만의 시간 전에 있었던 지난 주의 일이었다. 윤수씨는 오늘의 섹스는 그러니까, 일종의 간헐적 휴식이라고 했다. 















‘우리 다음 번에는 진도 쫌 더 나갈 거야.’ 















섹스를 하다 말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무슨 진도? 할 것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있어?’ 















‘그럼, 더 이상 늙고, 서로에게 흥미 없어질 때까지 우리의 이 관계는 지속되어야 하질 않겠어?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 야잖아! 재미 말이야!’ 















‘섹스를 그냥 재미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뭐?’ 















‘나 있잖아? 재미없으면 그냥 죽어버릴 것 같은 남자…..’ 















‘궁금해 죽겠네. 뭔데?’ 















‘경혜야, 이제까지의 과정을 되돌아 보면, 대강 짐작이 안 가겠어? 너도 이제 이 즈음 됐으면, 내 패턴으로 감염될 때도 훨씬 지났다고 생각되는데, 아니야?’ 















그 대화가 끝으로, 나는 보지에 불이 확 붙어 버리고 말았다. 그와의 관계가 불륜이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 알을 까는, 겹불륜의 현실을 받아 들이려는 나의 자유분방함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나는 그 상상으로 말미암아, 소리소리 지르고, 악을 바락바락 써가며, 윤수씨에게 씹구녕이 빵꾸가 나도록, 빨아달라고 소리 쳤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탈진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제 상대가 누구냐는 것에는, 이미 의미가 없어질 대로 적응되어 버린, 나의 몸뚱아리를 미워하기 이전에, 쾌락과 오르가즘의 짜릿함에 탐닉케 해 주었으며, 짜여진 이벤트로, 섹스라는 해방구 안에서, 이만큼이나 자유로와 질 수 있게 만들어준, 윤수씨에게 감사해야만 했다. 그러니, 그 기대감 만으로도, 다음 번에 이루어질 그 이벤트가 당연히 기다려질 밖에……윤수씨의 배려는 정말 눈물겹도록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런 즐거움의 풍선을 집으로 가져가기 전에, 하늘로 날려야 할지도 모를 그 순간이 점차 다가오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는 없었다. 그 날의 새로운 이벤트는 내가 기다리는 만큼, 빨리 돌아오고 있었고, 기대 만큼이나…………..……. 















‘딸깍!’ 















‘자기야, 출장 갔다가 벌써 왔어? 한밤중은 되야 도착한다며?’ 















나는 손에 쥐고 이제까지 읽고 있던 종이뭉치를, 갑자기 열리는 문소리에, 바닥으로 온통 떨구고 말았다. 















‘너…. 너…… 이거 뭐야….윤수는 도대체 누구냔 말이지? 어째서 경혜, 네 이름이 여기에 이렇게 적혀 있느냐구?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별걸 가지구, 난리셔…..왜, 나도 글 쫌 써 봤다. 주구장창, 출장에, 외근에, 얼굴 볼새 없는 남편만 바라다 보자니, 온통 삭신이 쑤셔서, 나도 고놈의 야설 인가 뭔가 써서, 유명세나 타볼라꼬 했는데, 괜찮았어? 그 년이 빨랑빨랑 멜을 날려야 하는데, 뭐가 바쁜지, 원……’ 















‘무슨 년?’ 















‘자기 왜 있잖아? 우리 동창 중에 기깔난다고, 당신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미현이라고, 갸 말이야. 방금 읽은, 글의 내용이 갸의 경험담이래. 내가 어렵사리 꼬드겨서 얻어낸 거거덩. 내가 뭐 개천에서 용난 재주나 있으믄야, 처음부터 글발 죽일 수 있겠지만서도, 어디 그래? 그래서 갸를 살살 꼬여서는 이야기를 끌어냈지…..자기야 상상이 가? 그 내용이 전부 실화라니? 상대 남친이름을 안 가르켜 줘서, 사실감 있게 보이려고 내 이름이랑, 윤수 라는 가상의 인물로 이름을 지어 넣었어. 어때? 그만하면, 인기작가로 부상할 수 있으려나?’ 















‘아마, 그러고도 남겠지. 경험담이라고 하면 읽는 독자들이 사죽을 못쓰잖아?’ 















‘그래, 그런 경향이 꽤 다분해…..독자들도 어떻게 보면 좀 단순하단 말이야…..참, 자기 속옷 갈아 입을 거 챙겨야지? 어서 샤워해요. 그리고 밥상 차린다? 당신 신발이 현관에 떡 하니 놓여 있어서, 장 본거, 정리도 못하고 이렇게나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 왔네… 쯧쯧…..’ 















나는 샤워를 하면서 미현이가 어째서 나와 있었던 얘기를 기어이 나란 사실을 쏙 빼고, 집사람에게 전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나를 사랑하나?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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