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그 황홀한 유혹』 1부

『간통, 그 황홀한 유혹』 1부

레드코코넛 0 363

『간통, 그 황홀한 유혹』 




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였다. 


초등 학교 일 학년 인 승혜의 가방 매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때 였다. 승혜는 가방 끈에 팔 


을 집어넣다가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순간 어제  저녁에 승혜에게 내일 떡볶이를 


해주마 라고 약속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내일 학교 같다 오면 엄마가 떡볶이 맛있게 해 줄게." 


텔레비전을 그만 보라는 말끝에 빈 말 비슷하게 한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딸이 기특하기 


도 하여 오늘은 꼭 약속을 지켜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야? 보람이 데리고 와도 돼?" 


"보람이......." 


보람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보람이 얼굴보다는 김현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현숙씨를 보면은 난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 


언제 였던가 보람이네 집에 놀러 간 승혜를 데리러 갔을 때, 그가 한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 


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때 왜 그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앉았는지는 기 


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식탁 건너편으로 손을 뻗어서  커피 잔을 감싸고 있는 손을 


양손으로 덮어 올 때 왜 거부하지 않고 빨개진 얼굴로 눈썹을 내려 깔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의 남편으로부터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말이었기에. 김현세의 


말이 너무나 가슴 떨리는 속삭임으로 와 닿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이......아래층에 사는 내 친구 보람이 있잖아?" 


현숙이 창백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고 있을  때 승혜가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응석을  부렸 


다. 그때서야 현숙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워 버리려고 애써 웃어 


보였다. 


"엄마, 승혜도 보람이네 집에서 떡볶이 먹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보람이도 불러서 같이 먹 


어야지. 그치?" 


현숙의 가슴 떨림을 알리 없는 승혜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현숙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흔들었 


다. 


"그.....그래." 


현숙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승혜의 손을 잡았다.  아래층까지 배웅을 해 


주기 위해서 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혹시나 김현세가 밖에 나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 


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었다. 지하층에 살고  있 


는 김현세도 보람이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해 주는 거지?" 


승혜가 일층의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검고 초롱 하게 빛나는 눈을 반짝거 


렸다. 


"그래. 우리 예쁜 승혜하고 보람이한테 떡볶이 해 줄 태니까 학교 갈 때 차  조심해야 한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무슨 불이 켜질 때 건넌다고 했지?" 


승혜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이토 


록 사랑하는 딸의 진심을 외면하고 김현세라는 서른 한 살의 무협 소설 작가를 생각하고 있 


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피, 그건 유치원 다닐 때 배웠다. 파란 불이 켜졌을 때 오른 손을 들고 건너는 거야." 


"그래. 우리 승혜는 똑똑해서 친구들 도 많을 꺼야." 


금방이라도 김현세와 얼굴이 마주 칠 것 같아서 얼른 승혜의 어깨를 골목 쪽으로 돌려 세웠 


다. 승혜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금방이 


라도 김현세가 나타날 것 같아서 였다. 승혜가 현관 밑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김현세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느껴 


졌다. 


"어머!" 


현숙이 이상야릇한 감정으로 돌아설 때 였다. 마침 보람이와  김현세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 


는 게 보였다. 현숙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보람아 울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다.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너도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 맞지 엄마?" 


승혜가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람이에게 자랑을 했다.  현숙은 김현세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어느 곳에 둘 


지 몰라 허둥거렸다. 


"안녕 하십니까? 승혜도 안녕!" 


김현세는 그런 현숙에게 밝게 웃어 보이고 나서, 시선을 승혜에게 돌렸다. 승혜에게  가까이 


가서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아.....안녕 하셨어요." 


현숙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김현세의 시선을 피하며 보람이만 쳐다보았다. 


"아줌마, 나도 오늘 떡볶이 해 줄꺼예요?" 


보람이가 현숙을 올려다보며 까만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럼 보람이하고 같이 먹어야지. 보람이 오늘 예쁜 옷 입었네. 아빠가 사 주었니?" 


현숙은 김현세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한 체 처음 보는 옷을 입은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 


어 주었다. 


"요즘 보기 힘듭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구요." 


김현세가 붉게 충혈 된 눈에 꺼칠한 수염을 문지르며 승혜 뒤에 서 있다가 현숙에게 귓속말 


로 빠르게 속삭였다. 현숙은 얼굴이 더욱 빨게 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 


속으로는 결혼을 한 여자에게 그 따위 말버릇이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지 못하는 자신이 원 


망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미소를 띈 얼굴로 그를 잠깐 쳐다보고 나서 시선을 돌렸다. 


"막내 고모가 사 왔어요. 이 신발하고." 


보람이가 자랑스럽게 현숙 앞으로 신발을 내 보였다. 


"엄마, 나도 신발 사줘." 


승혜는 언제 보람이에게 자랑스럽게 떡볶이 이야기를 했는가 싶을 정도로 이내 표정을 바꾸 


고 현숙의 손을 잡아 왔다. 


"승혜 신발은 아직 새거 잖어. 이 담에 보람이하고 똑 같은 거 사 줄게. 알았지?" 


아이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승혜는 언제 떡볶이 때문에 신이  났었느냐는 얼굴로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런 승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고집이 여간 강한 게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은 게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졸랐다. 남편 


은 승혜가 고집을 피울 때마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고 한마디 씩 했다. 어쩌면 그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른다. 그런 고집이 없었다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 


심밖에 없는 동갑내기 남편과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결혼을 안 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싫어. 신발 안 사주면 학교 안 갈래." 


승혜는 뒷걸음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난처한  사람은 김현세였다. 그는 승혜가 때를  쓰는 


것이 마치 자신의 탓 인양 뒷머리를 극적 거리며 민망스러워 했다. 


"승혜야 오늘은 그냥 학교 가고, 아빠 월급  타면 새 신발 사줄게. 그 대신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먹을 수 있잖아. 짜파게티하고 말야. 그치?" 


"야! 승혜 엄마 말 잘 듣는데, 우리 보람이보다 훨씬 잘 들어. 보람아 승혜 좀 봐라. 너도 승 


혜처럼 아빠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김현세가 구세주였다. 그는 비록 무협지를 쓴다지만  소설가답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승혜를 


달랬다. 


"아빠 월급 타면 신발 꼭 사줘야 해. 약속해. 손가락 찍으란 말야 씨!" 


김현세의 말에 승혜는 눈썹에 이슬처럼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 내며 억지로  새끼손가락을 


내 밀었다. 


"어이구 우리 승혜 착하기도 해라. 엄마가 약속할게, 자 됐지." 


승혜는 현숙이 고사리 만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찍었을 때야 떨어지지 않는 발 


걸음을 옮겼다. 현숙은 김현세를 의식하고 일부러 골목 끝에 있는 종점 슈퍼 앞에까지 승혜 


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김현세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서 잠시 수다를 떨었다. 


지금쯤 들어갔겠지...... 


현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현세에게 쏠리고 있는 자신을 이해 수가 없었다. 남편에 비해 뭐 


한가지 내 새울게 없는 김현세 였다.  억지로 남편 보다 낳은 점을 찾으라면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어울리게 자신 있고도 감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왠지 김현세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긴장되면서도 편안함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안돼, 난 승혜가 있잖아. 남편도 있고..... 


종점 슈퍼에서 현숙이 살고 있는 연립 주택과의 거리는 오십  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현 


숙은 그 짧은 거리를 가능한 천천히 걸어가며 김현세에게 자꾸만 쏠리고 있는 자신을 탓했 


다. 


어머! 


승혜는 김현세가 그때까지 현관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보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순간 현숙은 망설였다. 지금 현관으로 들어가면 김현세 


가 무언가 말을 걸어 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되돌아가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 시간을 


더 보내고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 


였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잠깐 시간 좀 내실 수 있을까요. 저희 집으로 가시죠?" 


현숙은 김현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총총 걸음으로 현관  앞에까지 


걸었다. 그러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김현세를 보고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라도 


동네 사람들이 둘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 바쁜데........" 


현숙은 일단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봐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서 였다. 그러면서 김현세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을 욕했다. 생각  같아서 


는 대꾸도 안 하고 삼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의지는 김현세의 뜻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 


이다. 


"잠깐 이면 됩니다. " 


김현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숙은 입안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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